경기-군포-2022-00198에서  

로미가 된 이야기

입양 스토리

봄날의 햇살 로미. 심리적으로 여러모로 번아웃이 와서 아주 힘들었을 때 로미를 만났어요. 병원에서 받은 약을 다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우울감 속에서 로미를 만난 건 내 생에 있어서 가장 뜻깊은 선물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우연한 만남이었어요. 봉사를 하면서 계속 눈에 밟히고 집에 가서도 생각났던 아이. 원래 동물병원에 갔다가 기본 검진만 하고 주말 동안만 우리 집에 있는 거였는데, 보호소로 돌려보내기 전날 한 번이라도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서 재우고 싶어서 침대에 눕혔죠. 아무것도 안 하고 로미의 눈만 계속 쳐다봤어요. 순수한 눈빛이 주는 위로 때문이었을지. 아니면 그새 정이 들었는지,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어요. 로미도 계속 나를 바라보았죠. 로미를 데리고 와서 처음에는 육아를 하는듯했어요. 새벽에 잔기침이라도 하면 바로바로 깨서 확인하곤 했죠. 잠을 거의 못 잤고 너무 피곤했지만,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내가 이 아이의 세상을 바꿔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로미가 내 인생을 바꿔줬어요. 집 분위기도 로미 덕분에 더 화목해졌고요. 로미가 온 이후부터 다시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이 생겼어요. 로미는 집에 들어올 때 항상 기대를 하게 만들어줘요.

데리고 오기까지 수만 번이고 고민했어요. 내가 생명이라는 무게를 감히 감당할 수 있을 깜냥이 안될거라고 생각해 왔어요. 단순히 귀여워서 예뻐서 데리고 오면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길었어요. 하지만, 매일 나를 언제나 오랜만에 보듯이 반겨주는 로미를 보며 입양하지 않으면 크게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제 로미는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