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통영-2020-00190에서 

연단이가 된 이야기

입양 스토리

3년 전, 근 20년을 함께해 온 반려견을 강아지 별로 소풍 보내고 밤마다 울며 슬퍼하던 저를 보사 못한 가족들이 새 반려견을 데려오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습니다. 전에 인터넷에서 들어본 적 있는 포인핸드를 생각해냈고, 전에 길렀던 강아지와 비슷한 친구를 찾고 있는 저의 눈에 들어온 친구는 전혀 찾고 있던 외모와 다른 지금의 연단이였습니다. 원하던 성별도 쫑긋 선 귀도 아니고 색도 전혀 달랐던 그 아이가 너무 눈에 밟힌 나머지 결국 보호소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보호소 철장 안의 연단이는 눈이 마주친 저를 보더니 고개를 들어 킁킁 냄새를 맡다가 구석에 철푸덕 앉아버리더라고요. 저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반응에 충격을 받고 집에 돌아왔습니다만 보호소에서 봤던 그 아이가 더더욱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다시 연락해서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드렸습니다. 연단이는 데려온 한두 달 동안 곁에 사람이 있으면 마련해준 강아지 집에서 절대 나오지 않았고 물도 사료도 안먹다가 다들 잠든 새벽에 해결하는 겁이 많고 경계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연단이는 곧 산책은 물론 집에서도 잘 적응하게 되었고 입양 갓 왔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왈가닥 아가씨로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자고있는 제 옷소매를 뜯어 리폼 해주거나 제가 아끼는 아이돌 물건을 물어 뜯어놓고 울타리도 훌쩍 뛰어넘어서 가족들을 놀래켜 줄 정도로요. 지금은 조금 어른이 되어서 옛날만큼 장난은 많이 안 치지만 애교가 아주 흘러넘쳐서 처음 본 사람들도 연단이에게 10초안에 매료되는 이효리 뺨치는 매력만점 걸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하는 말도 아주 똑똑히 잘 알아듣는 영리한 아이가 되어서 할 줄 아는 개인기도 많아져서 강아지 모델도 종종 하곤 합니다. 지금은 제 세계의 전부가 되어버린 연단이를 만나서 정말 행복하고 오래오래 저와 같이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