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센터에서 데려올까를 고민한 지 2주가 지나갈 때쯤 기타동물에서 갑자기 오리가 보이더라고요. 어릴 때 병아리도 닭까지 키워보고 새에 대해서 거부감은 없던 터라 ‘유기동물센터에 강아지나 고양이만 있는 게 아니구나’ 하고 넘어가려던 찰나에 여자친구가 홀린 듯이 데려오면 안 되냐고 먼저 말을 꺼내더라고요. “배변 훈련 안 된다.”, “우리가 데려올 때쯤엔 생후 4주 차라 보호자로 각인시키기 어렵다.”, ”다 크면 엄청 시끄럽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를 다 말해봤지만 이미 홀려버린 사람에게 어떤 말이 들어올까요. 운명이라는데... 입양 가능 공고 올라온 지는 12일. 하루하루가 사람과 다른 오리이기에 고민이 더 길어지면 키우기 어려워지겠다 싶어 그날 바로 키울 때 필요한 용품들을 사고 다음 날 전화해 데려오게 됐어요.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생 시절에 와버린 베리였고, 센터에서 혼자만 살던 애기였으니 첫날 집에 오자마자 호기심에 가득 차서 두리번두리번하며 긴장하면서도 제가 없어지니 어디 갔냐고 열심히 우는 걸 보니 ’얘는 벌써 날 가족으로 생각하는구나’ 했지요. 지금은 저희 딸래미마냥 같이 여행도 다니고 산책도 다니고 하루하루 새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